나는 왜 블로그를 시작하는가
제 블로그 첫 글을 알리는 글입니다.
모두가 a41의 근간엔 리서치가 있다고 한다.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간에 나는 적어도 a41의 정체성엔 리서치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내 삶의 근간에도 글이 있었다. 나는 돌잔치에서 연필을 잡았고, 지금도 글을 써서 먹고산다. 백화점 알바도 했고, 학원에서 아이들도 가르쳤지만, 본격적으로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유튜버 민호타우르스의 작가로 글을 쓰면서였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a41의 공동 창업자도, a41의 리서치 리드도 아니라 그냥 글쟁이다.
그러면 나는 어떤 글쟁이인가? 내 생각을 공유하는 글쟁이다. a41에서도 블록체인에 대한 정보들이 담긴 글들도 많이 썼지만,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글들은 내 생각을 담은 글들이었다. 정보를 요약하고 옮기는 것도 재미있고 가치있는 일이지만, 난 항상 내 주변 사람들과 내 생각을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 내 생각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1.왜 a41에 글을 기고하는 것은 안되는가?
a41에 글을 기고하는 것이 안되는 것은 아니고, 난 앞으로도 a41에 글을 쓸 것이다. 조만간에도 a41에 내가 쓴 글이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a41은 어디까지나 블록체인 인프라 회사이다. 글을 쓰더라도 블록체인에만 국한된 글을 써야하며, 블록체인 중에서도 인프라에 국한된 글들을 쓸 수 밖에 없다. 내가 블록체인 회사에서 리서치를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너무 한 쪽으로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난 블록체인을 좋아하지만, 블록체인을 좋아했던 이유는, 내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재밌고 즐거워서였다. 나는 사람들에 흥미를 느끼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더 큰 흥미를 느낀다. 블록체인은 나에게 디지털 사회와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서 블록체인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필요도 없다. 결국 이 블로그가 존재하는 목적은 내가 좀 더 다양한 세상에 대한 글을 기고함으로써, 더 폭 넓은 사고를 하고자 함에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외의 것들을 보면서 넓어진 사고는 역설적으로 내가 블록체인을 생각함에 있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내가 다뤄볼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이 블로그의 존재 목적이 "필자의 사고력 향상"에 있기 때문에 이 블로그에서 다룰 주제들도 다양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의 역사 이야기부터, 경제 이야기, 멋진 경영인들의 이야기와 기업의 서사,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가 다양한 매체로 접하는 컨텐츠를 보고 듣고 읽으며 느낀 점들을 공유할 것이다. 아,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내 삶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보고자 한다. 이제 겨우 만으로 27년 정도 산, 어찌보면 그렇게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것들을 겪어보고 느낀 것들이 많기에 흥미를 가지실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 경제, 경영, 기업, 블록체인, 컨텐츠. 다 달라보이지만 사실상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비슷하다. 결국 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지만, 결국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결국 무엇을 하든지간에 그근간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삐딱한 태생적 반골의 시선으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정석을 싫어했다. 남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 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전국을 여행했고(이건 사실 부모님의 의지가 강했다), 남들이 학원에서 체계적인 공부를 했을 때 난 노래방만 다니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었다. SAT 학원도 두 달 정도 다닌 것이 전부였고, "17학점은 좀 빡셀텐데"하는 선배의 말을 듣고 25학점을 들어서 2년동안 100학점을 이수했다. 전공을 정할 때는 유학생들이 가장 기피하는 철학과를 선택했고, 남들이 영어과외를 할 때 나는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모두가 다 창업을 한다고 하니 창업이 싫어서 대기업에 들어간적도 있었다. 물론 a41을 창업하긴 했지만, 이것도 일반적인 창업 루틴은 아니었다. 더 길게 이야기 할수는 없겠지만.
여튼 난 그냥 일반적인 것들은 다 거부하면서 살아왔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남들이 하는 거 그대로 해서는 내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정도로 내가 머리가 좋거나 비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것들을 거부하면서 살아온 내 삶이 절대로 자랑은 아니다. 내가 똑똑했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부족한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서 선택적으로 반골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더리움을 좋게 보려고 하지 않고, 항상 역베팅으로 큰 돈을 버는 멀티코인 캐피탈을 좋아하는 이유도 내가 이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는 것도 매우 가치로운 일이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어느정도 대중화 시키는 것에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중적인 것을 반대하더라도, 그 논리가 탄탄하다면 충분히 지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 접근법이 어느정도 성공했던 거 같다.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다보면 남들이 못보는 것들이 보이겠지" 하는 나이브한 생각으로 사고하고 그 생각들을 공유했다. 감사하게도 그런 것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난 이 블로그에서도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4. 나댐의 미학에 대해서
내가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었다. 미국에서 혼자 유학하는게 너무 외로워서 누군가와는 대화를 해야할 거 같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대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대학교 선배들은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나보고 "나댄다"고 표현 했었다. 물론 난 성격이 괴팍해서 선배고 뭐고 그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지 신경도 안쓰고 계속해서 글을 썼지만, 참 한국은 "나대는 것"을 싫어하는구나 싶었다. 한국에선 겸손이 미덕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더라. 난 그래서 익었더라도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벼가 되고싶었다. 실수를 하더라도 좀 뻔뻔하고, 미안한 상황에서 기 죽지 않고 다음번에 잘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 더 가치로워 보였다. 나에게 처음 영어를 가르쳐줬던 선생님이 "영어는 자신감이다." 라고 했던 것이 떠오른다. 언어든, 뭐든 자신감이 있으면 그래도 못해보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난 그래서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 내 주변 사람들은 좀 나댔으면 좋겠다. 자신이 잘 한 것은 티도 내고, 못했으면 뻔뻔해지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졌음 좋겠다. 어쩌면 이 블로그가 누군가에겐 "나댐"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적어봤다.
5. 두서 없는 마무리
그래서, 난 앞으로 글을 쓸거다. 처음보는 사람들이 내 취미를 물어봤을 때 그래도 한 가지는 있어야 할 거 같아서! 타고난 관심종자라 한 명의 구독자가 나에게 큰 영감이자 동기가 된다. 나의 삐딱한 생각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공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다음번엔 좀 더 정제된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