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보내며 적는 감사의 글
벌써 2023년도 다 지났다. 정말로 시간 빨리 가는 거 같다. 새해라고 A41 리서치 & 거버넌스 팀원들에게 편지를 써줬던 것이 진짜 정말로 엊그제 같이 느껴진다.그런데 벌써 1년이 지나서 이제는 포필러스 팀원들에게 편지를 쓸 준비를 한다. 뭐, 물론 한 해 한 해가 나에게 있어서 스펙타클하고 정말 드라마틱 했었지만 이번 2023년은 뭐랄까, 여러모로 반성도 많이 하고 후회도 많이 하고 성장도 많이 했던 년도인 거 같다.
올해를 짧게 요약하자면, 1) 공동 창업한 회사를 퇴사했고 2) 새로운 회사를 공동 창업했고 3) 내가 존경하던 투자사들에게 투자를 받았고 4) 새로운 팀원들을 모셔와서 재미있는 여정을 시작했다. 오늘은 이 4차례의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내년의 각오를 적어보고자 한다.
1.A41이 없는 나는 상상하기 어렵다
다른 회사를 공동창업하고 퇴사한 사람들은 그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안하던데 난 왜 안하나 싶다. 인생에서 그 회사를 지우기엔 그 사람들의 인생에서 너무나도 큰 영향이었을텐데. 나도 마찬가지다. A41은 내 인생에 너무나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A41에서 2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리서처로써 정말 어마어마한 성장을 하였고, 우물안의 개구리였던 내가 그나마 해외 팀들이랑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포필러스에서 세일즈를 하다보면, 그런 내 모습에서 박광성 대표의 모습이 보이고는 한다. A41 초창기부터 그 이후까지 박광성 대표가 해외 팀들을 대상으로 세일즈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따라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나마 어느정도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세일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풋내기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세일즈를 해주며 다양한 팁들을 던져줬던 박광성 대표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A41이전에 나는 그냥 '아는 사람만 아는' 글쟁이에 불과했다. 그런 나를 양지로 끌어내준 것은 A41과 박광성 대표다. 만약 A41에 내가 합류하지 않았더라면, A41이라는 좋은 회사의 '공동창업자'라는 타이틀이 없었더라면, 과연 나는 지금 포필러스를 할 수 있었을까? 뭐, 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더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포필러스라는 다른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A41은 나를 음지에서 양지(?)올려준 너무나도 고마운 회사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김남웅 가식 쩌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가식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서 A41말고 대안이 있나 생각해보면, A41은 당시에 나에게 최적의 선택지였다. 해서, 난 과거로 돌아가도 A41에 합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라도. (물론, 과거로 돌아간다면,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 내가 너무 다혈질이었고, 성격 파탄자였기에)
여튼 나는 A41을 3월에 그만두게 되었다. 벌써 그만둔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는게 비현실적이다.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 상당히 큰 일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2.Post A41,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음
A41을 퇴사하고서는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진짜로 속초나 강릉에 가서 한 달 살기를 계획하기도 했다(내 친구 지훈이에게 한 달 살기 앱을 추천받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퇴사하고 집에 있으니까 한 달을 굳이 왜 타지에가서, 돈 버려가면서 쓰나 싶더라. 퇴사를 하자마자 한 달 살기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제일 먼저 해본건, 1주일간 수염 안 갂고 길러보기였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나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함께. "A41이 없는 나는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델파이나 메사리에 지원하면 과연 나를 붙혀주기나 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아마 떨어졌을지도 모르지).
그러다가, "언제나 고민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카카오 벤처스의 장동욱 이사님이 생각나서 카톡을 보냈다. 퇴사를 했고, 뭐 할지 고민이라는 나의 연락에 선뜻 집으로 초대(!!)까지 해주셔서 2시간동안 치킨과 제로콜라를 먹으며 고민상담 아닌 고민상담을 했다. 결론은?
창업이었다.
예전에 카카오 벤처스의 안혜원 심사역(이제는 선임 심사역!)이 나에게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다.
장동욱 이사님은 되게 신기한 분이다. 말로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나도 그거에 당했다(?). 장동욱 이사님의 말에는 힘이있다. 창업에 대한 생각은 정말 1도 없었고 오히려 마이너스에 가까웠던 나를 2시간만에 열정적인 창업 준비생으로 만드셨다. 참 놀라운 힘이다. 이사님은 교주를 하셔도 잘 하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VC로써도 너무 훌륭한 분이시니 교주는 다음생에 하시는 걸로.
그리고 나서 한 일주일이 지났나. A41의 투자사인, 베이스 인베스트먼트의 이무영 이사님한테 연락이 왔다. 그냥 캐주얼하게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앞으로 뭐 하고싶은지 들어보시고 싶다고 하셨다.
처음엔 좀 무서웠다. A41의 공동창업자가 퇴사를 했으면, 투자사의 입장에선 원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쫄렸지만 일단 인사도 못드린 것도 맞아서 인사라도 드릴겸 찾아뵈었는데 이무영 이사님 역시 나의 이야기를 한 시간 가량 들어보시더니 나는 아무래도 창업이 맞지 않겠느냐 하는 조언을 해주셨다.
모르겠다.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VC 에서 투자하시는 분들이 추천해주신 것이라면 충분히 할만하지 않을까? 백수가 창업 준비생, 그리고 창업가가 되는 과정이었다.
여튼, 두 이사님의 가호(?)를 받은 나는 바로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내가 두 분의 권유만으로 창업에 결심이 선 것은 아니었다. 이미 첫 창업을 끝낸 상황에서 뭐랄까. 아쉬움이 많았다. 내가 좀 더 어른스러웠더라면. 내가 조금 덜 감정적이었다면. 내가 좀 더 현명했더라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배부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배가 고팠다. 만약에 내가 한 번 더 도전해본다면, 조금은 더 성숙한 창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또, 내가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도 나 자신을 검증해야 하는데 이왕 나를 검증한다면 온전히 내가 만드는 것으로 나를 검증하고 싶었다. 창업을 해보니까 "내가 처음부터 시작한 것"에 대한 가치를 알아버린 것이다. 사실 두 이사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고민하는데에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뿐, 창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같았을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내가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처럼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잘 하는 것을 가지고 훌륭한 가치를 창출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모두가 아시겠지만, 난 글쟁이다. 내 인생의 절반동안 글을 썼다. 컨텐츠를 만드는게 재밌었고, 또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난 블록체인이 좋다. 그러면 결국 리서치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엄청 임팩트 있는 일을 전개할 자신이 없었다. 창업을 한 번 해보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만으로는 임팩트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창업을 하는거더라. 그러니 나는 동업자가 필요했다.
마침, A41을 나와서 방랑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창업에 대한 생각이 없었을 땐, 이들을 다른 회사에 추천해주고, 어떻게든 취업을 돕겠다는 생각이었다.(실제로 내가 많은 회사에 이들을 추천해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뭐 내가 창업을 한다면, 그리고 동업자가 필요하다면 이들과 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포필러스의 공동 창업자들이 생기게 되었다.
3.회사를 설립하고 투자를 받기까지
"리서치 회사요? 그게 돈이 됩니까?"
모두가 마치 진양철 회장에 빙의된듯 나에게 되묻던 질문이었다. 리서치 회사는 1) 스케일업 하기도 어렵고 2) 무엇보다 돈이 되기가 어려웠다. 일단 창업에 대한 뽕이 차서 창업은 했는데, 막상 투자를 받으려고 생각해보니 앞이 깜깜했다. 물론 리서치로 돈 버는 방법은 많다(그리고 나는, 그리고 나와 같이 창업을 한 멤버들은 리서치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포필러스가 하고 싶었던 것은, 리서치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 구독으로 돈을 버는 것이었어서 조금 맥락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블록체인이라는 자그마한 시장에서, 구독 서비스로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결과적으로 투자를 받았지만, 아직 PR기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았는지는 아직 비밀로 하는 것으로. 물론 아시는 분들은 아실테지만.
"프로덕트가 아닌 사람에 투자하라."
사실 우리 회사에 투자를 결정해주신 투자사분들은 "포필러스가 리서치 구독을 주 비즈니스로 삼은 회사이기 때문에" 라기 보단, 포필러스의 구성원이 훌륭했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해주셨으리라 믿고있다. 실제로 우리의 사업 모델은 그렇게 혁신적이진 않았기 때문이다(리서치 구독 사업이라는 것은 이미 너무 흔한 모델이지 않나. 그렇게 성장성이 높은 사업도 아니었고). 하지만 사람들은 훌륭했다. 나는 뭐 그렇다 치고. A41에서 거버넌스를 담당하며 훌륭한 업적들을 만들어낸 Jay(재환이형), 리서치 기계인 100y, 그리고 가장 트렌디한 리서치를 잘 하고 인생 2회차라고 생각될만큼 생각이 깊었던 Moyed.. 이 초기 멤버들은 아마 블록체인 시장에서 다시 모으라고 해도 모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인재들이었다고 자부한다.
투자자 분들은 리서치 구독 사업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았을지라도 우리라면 그것을 매력적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셨기에 투자를 해주셨을 것이다. 사업이 스케일업 하지 못한다면, 스케일업 가능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리서치를 기반으로 더 큰 꿈을 그릴 수 있을 것이란 믿음. 이 때, 어쩌면 포필러스는 리서치 구독 회사를 표방하지만, 더 큰 그림으로 봤을 때 리서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일 뿐, 리서치 구독을 주 비즈니스로 하는 회사로 남을 거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그 믿음이 지금 2023년말에 실현이 되려고 하는 거 같다. 우리는 구독 사업을 포기하고 더 큰 꿈을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하는 VC 투자자 분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창업자도 볼 수 없었던 부분을 보고 계시니...
4.너 내 동료가 돼라!
지금은 카카오의 대표가 되신, 인터뷰 당시엔 카카오 벤처스의 대표셨던 정신아 대표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대략 기억나는대로 적으면 이렇다.
"스타트업의 대표는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동료로 두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정신아 대표
대표가 그 회사에서 제일 잘난 사람이면 그 회사는 망했다고 본다(그 대표가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면.. 뭐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 테슬라와 애플에 이들보다 더 뛰어난 인재들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그렇다고 대표가 그 회사에서 가장 못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 나보다 더 큰 역량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해야 회사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해왔을 뿐이다. 나는 물론 운좋게도 나보다 역량이 뛰어난 동료분들을 모시는데 성공했다. 그 동료분들을 소개해보면:
포필러스가 만들어지고 사업을 제대로 시작할즈음, 모예드가 나에게 "만나보면 좋겠다."하고 추천해주시는 분이 있었다. Xpara(희창님)라는 닉네임을 쓰시던 리서처. 글이 전부 영어였지만 너무나도 좋은 퀄리티의 글들이었고, 마침 리서치를 하는 영역도 내가 관심있어했던 영역(당시엔 xpara님도 나도 Narwal이라는 Mempool protocol을 이용해서 기존 블록체인의 합의 방식을 개선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을 때였다)이었다. 만나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만나보겠다고 했다.
워낙 똑똑하신 분이었어서 블록체인 이야기는 너무너무 재미있게 했지만, 성격이 굉장히 조심스럽고 신중하신 분이었어서 포필러스라는, 만들어진지 이제 막 2주일 된 회사에 온보딩 하시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우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와 포필러스의 동업자들이 하고자 하는 것, 해왔던 것에 크게 마음이 동하셨던 거 같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물론 희창님이 온보딩 하시고 나서 포필러스는 정말 빠르게 발전했다. 리서치도 리서치인데 회사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도 많이 잡아주시고, 다른 프로토콜/팀들과도 적극적인 협업을 전개해주신 덕분에 포필러스가 해외 팀들에게 인정받는데에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다. 사실상 나는, 그리고 나를 포함한 포필러스 공동 창업자들이 모두 희창님을 동업자로 생각하고있을 정도다.
희창님 말고도 포필러스 초기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멤버라고 하면, 우리가 쓰는 모든 아티클에 등장하시는 Kate님(수민님)이 계시다. 미적 감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포필러스에(아마 이 글을 Jay(자칭 미적 감각이 뛰어난 공대생)가 읽는다면 매우 화내겠지만..) 정말 감각적인 표지와 인포그래픽을 선물해주고 계신 수민님이 안계셨더라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인지도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우리가 정말 리서치를 찍어내듯이 많이 작성했음에도(포필러스는 7개월만에 약 70편의 리서치 아티클을 작성했다..) 불구하고 한 마디의 불만 없이 모든 리서치 아티클의 비주얼을 만들어주셨다는 것이다. 특정 행사나 이벤트가 있어서 그림을 많이 그려주셔야 할 때면, Jay가 수민님께 양해를 구하는데 수민님은 되려 "재밌을 거 같다."는 답변만 해주셨다. 이런 분이 포필러스의 비주얼을 담당해주시는 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문제 없이 멋진 아티클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주웅님도 대박이다. 입사하신 첫 날에 우리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 10가지를 써서 발표하셨다(외부인의 시선에서). 나는 사실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하시는 말씀이 다 맞는 말씀이었어서 반박은 불가했고 얼굴만 붉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문제가 많았음에도(?) 우리 회사에 온보딩을 결정해주셨다는 것은 그래도 우리가 그 문제보다 더 높은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에 기분이 마냥 안좋지는 않았다. 또, 좋은 말은 누구나 언제든 해줄 수 있지만 고쳐야하는 부분을 이야기 하는 것은 말하는 입장에서도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주웅님은 선뜻 자신의 생각을 말씀해주셨다. 논리적이었고 용기있는 제스쳐여서, 우리도 그냥 듣고 넘길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우리가 리서치 구독 서비스에 대해 본질적으로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순간도 주웅님이 온보딩 하시고 나서였다.
포필러스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낙관론자다. 낙관론자들과 사업을 하는 것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있는데, 주웅님은 입사 첫 날부터 본인을 "패시미스트"라고 소개했다. 나는 그 순간, 이 사람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낙관론자들의 생각에 가감없이 "No"를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집단이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분들을 제외하고도 12월달에 온보딩하신 수빈님도 연말 막바지에 온보딩 하셨지만 무엇을 요청하지 않아도 회사를 위해서 다양한 일들을 시도하고 어떻게든 회사에 벨류를 만들고자 노력하시는데 그게 또 엄청 좋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많은 부분 도와주고 계신다. 어떻게 해야 유저들이 좋아할지. 어떻게 해야 브랜드 가치가 더 좋아질 수 있을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주신다. 진짜 이렇게 보면, 위에서 정신아 대표님이 말씀하신 '창업자들보다 역량이 뛰어난 동료'들을 성공적으로 모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한 일이다. 내 역할은 이분들이 포필러스에서 일 하시면서 인센티브가 회사와 일치하도록 만드는 것이고, 포필러스에서 하시는 일들이 궁극적으로 가치있는 일들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분들과 함께, 오래 일하고 싶은 바람이다.
5.창업이란 무엇일까 (어떠한 것이 바뀌었나)
한 3년 됐나. 당시에 VC에서 일하던 지훈이는 나에게 맨날 창업 이야기를 했었다. 지훈이가 더 잘 알겠지만, 난 지훈이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마다 "난 그런거 안해"라고 딱 잘라 말하고는 했다. 그 이유는 1) 조금만 잘났다고 하면 너도나도 다 창업 한다고 하고 2)창업만이 유일하게 성공하는 방법인냥 이야기 하는 것이 싫었고 3)창업이라는 것이, 남들이 다 한다고 따라해서 성공할 수 있을만큼 가벼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훈이는 나보다도 창업의 무게에 대해서 더 잘 알았겠지만, 왜 그 때 그렇게 창업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나 생각해보면, 결국 지훈이는 내가 창업을 언젠가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있었는지도 모른다.
난 내가 창업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1) 에고가 너무 강하고 2) 개인주의적 성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항상 집단보다 개인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고, 내 주장이 무조건 옳으며, 내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짓밟아버리는 공격성은 덤이었다. 그런 내가 창업을 한다면, 누가 이런 나와 동업을 결심할 것이며, 누가 나와 함께 스타트업이라는 여정을 함께할까? 나는 그럴만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결국 A41의 창업자가 되면서, 창업을 마주했고, 많이 부딪히고 깨지면서 내가 부족한 부분과 고쳐야하는 부분들을 배웠던 거 같다. A41에서 첫 창업을 했을 때도 역시 아니나 다를까 내가 걱정했던 내 성격들이 문제가 됐었다. 그리고 퇴사를 하면서 만약 내가 다시 창업을 한다면 이 빌어먹을 성격은 꼭 고쳐야 한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지만, 사람은 또 바뀌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바뀌기도 한다. 포필러스 창업은 그런 부분에서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감정적인 내 성격을 누르고, 이기적인 성격을 고치고, 개인이 아닌 집단과 회사를 더 먼저 선택하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충동도 많이 억제하고 분노도 많은 부분에서 컨트롤 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창업의 또 다른 말은 수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아직도 훌륭한 창업자가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수행은 지속적으로 해야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훌륭한 창업자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속적으로 조언해주고 도와주는 지훈이와, 선배 창업자인 재윤이형, 천이, 그리고 투자자로써 조언을 해주시는 포필러스의 초기 투자자분들께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친구로써 언제나 포필러스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해주고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석현이(Danny)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 창업이라는 것을 혼자 했다면 매우 힘들었을텐데, 나와 기꺼이 같이 창업해준 Jay, 100y, Moyed가 이 고통을 일부 가져가주었기 때문에 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모르겠다. 누군가는 동업을 추천하지 않고, 나 또한 동업을 했다가 퇴사를 했기 때문에 동업에 대한 안좋은 부분을 인지하고 있긴 했지만, 또 동업이 좋은 부분도 많고, 오히려 안 좋은 점보다 좋은 점들이 더 많았다고 생각되기에 또 동업을 선택했다. 이들 모두가 창업이 처음이라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재미도 있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6.대표란 무엇일까(아직도 명확한 정의는 없다)
대표란 PoS through PoW라고 생각한다. 물론 열심히만 한다고 그게 증명은 아닌 거 같고. 일을 잘 해서 자신의 지분을 증명(PoS)하는. 어찌보면 너무나도 블록체인스러운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언제나 시험대 위에 올라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건 당연한거고. 대표라는 사람이 해야하는 일이 무엇일지에 대해선 나도 아직 명확한 답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과(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 제시) 훌륭한 세일즈맨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는 크게 IR(투자 유치 및 투자자와 소통), PR(홍보), HR(인재 영입, 인재 밀도 유지), BD(제품 세일즈)로 역할이 나뉘는 거 같은데 사실 이게 다 다른말로 보이지만 해보니까 같은 말이더라. 투자자들에게도 회사를 어필하는 것이고, 대중들에게도 대외적으로도 회사를 어필해야한다. 인재를 영입할 때도 회사를 어필하고, 제품을 판매할때도 회사를 어필해야한다. 결국 훌륭한 대표가 되려면 진심으로 회사를 사랑해야한다. 회사를 사랑하지 않으면 이 모든 역할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사랑해야 회사가 잘 되고. 그래야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회사가 하는 일, 회사가 주는 가치를 사랑해야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표는 끊임없는 낙관론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게 꼭 우리가 현재 하는 것을 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하는 일이 비록 잘 안될지라도, 우리는 언젠가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런 팀일 것이라는 믿음과 낙관이 필요하다.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팀에게 전달될 때 팀은 정말로 막강한 추진력을 얻는 거 같다.
물론 회사가 낙관론자만 있어서는 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주웅님과 같은 No맨 도 있어야 할 것이다. 낙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낙관하느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창업한지 겨우 7개월된 대표가 "대표란 말이지.." 하면서 이야기 하는 거 자체가 웃기다. 아직 한 참 멀었기 때문에(선배 창업자분들이 보신다면 얼마나 귀여워보이겠나), 그래서 내년 회고에는 다른 말(반대말이 될지도)이 나올 수도 있다.
7.내년을 기대하며(우당탕탕 좌충우돌 포필러스 성공기)
내년이 정말 기대된다. 포필러스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고 더 많은 일들을 할 것이다(ㅠㅠ). 더 많은 기업과 더 많은 프로토콜을 만날 것이고,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회사의 펀더멘탈엔 '리서치'가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포필러스에 속해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래서 다 같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내년은 그래도 회사가 오퍼레이션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상황들이 많으니 '회사다운'것들을 더 갖춰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엔 아까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리서치를 기반으로 더 큰 꿈을 꾸는 한 해가 될 것이라서, 이 글을 보고있는 많은 분들이 포필러스를 좋게 봐주시고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아서, 내년엔 나 하나가 잘 하는것보다, 나보다 더 뛰어난 분들과 더 많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