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 내가 아닌 우리의 법칙

2024년 회고: 내가 아닌 우리의 법칙

내가 벌써 이 글을 쓴지1년이 됐다. 그리고 나는 올해도 저 글을 썼을 때처럼 팀원들에게 편지를 써줬다(작년의 경우엔 새해 첫 출근날에 줬지만, 올해는 종무식이 있었기에 종무식 때 선물과 함께 내가 직접 쓴 편지를 전달했다).

회사의 파운더로서 팀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던 것은 A41 때 내가 했던 것을 계속해서 하는 것이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 팀원들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어렵고, 특히 1:1로 내 생각과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는 더더욱 없고, 그리고 그 마음을 디지털 방식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할 기회는 더더욱 없기 때문에 편지라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리고 올해로 편지를 쓴 지 3년째인데, 확실히 좋다. 팀원들에게 "나는 당신들을 이만큼 생각한다."라고 으스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각각의 팀원들에게 편지를 써주면서 그들과 올 한 해 있었던 추억들과 일들을 회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편지를 써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한한 앞으로도 계속 모두에게 편지를 써주고 싶다. 그리고 각각의 편지가 편지지 한 장을 빼곡하게 채울만큼의 에피소드도 있기를 바란다.

올 한 해 회고는 내가 지난 5~6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따르던 롤모델들과 반면교사들을 통해서 스스로 세웠던 기준들을 잘 따랐는지에 대한 회고이다. 내가 한 해를 "잘 살았다."라고 정의하는 기준들은 아래와 같다:

  1. 나는 올 한 해 동안 잘 나누었는가?
  2. 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는가?
  3. 회사가 유의미한 성장을 거두었는가? (작년 회고글에 적었던, 리서치를 기반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실천하였는가?)
  4. 개인적인 잔고가 성장하였는가?
  5. 훌륭한 개인이었는가?

우선 1번부터 차근차근 봐보자.

1.나는 올 한 해 동안 주변 사람들과 잘 나누었는가?

나는 정말로 욕심이 많다. 타인이 부자가 되면 배가 아프고, 내가 부자가 되면 행복하다. 이거에 대해서 가식을 부릴 생각도 없고, 착한 척 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개인일 때 존중받는 "가치관"인 것이지 한 회사의 대표로서 가져야하는 마인드셋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이 잘 되고 싶은 욕심이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나는 지난 수년간의 반면교사들을 보면서 지나친 욕심은 조직의 와해와 갈등을 불러온다고 느꼈다.

그래서 난 포필러스를 창업했을 때도 그랬지만, 올 한 해도 "나"보다는 "우리"를 챙겨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아닌 강박에 시달렸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조직이란, 혼자 누릴 수 있는 것도 나누고, 무엇이든 먼저 솔선수범해서 조직을 챙기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난 올 한 해 동안 최대한 우리 팀원, 우리 팀과 나누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그것이 큰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겠지만, 적어도 내가 특권을 누리지 않고, 나에게든, 우리 공동 창업자에게든 좋은 기회가 오면 팀원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었다. 그리고 난 그게 우리 조직의 결속을 더 돈독하게 만들 수 있는 구심점과도 같다고 믿고 있다.

사실 나는 창업가 선배들의 조언들을 많이 들어보곤 하는데, 그냥 여러모로 나랑 잘 맞지 않는다. 모 회사의 대표 형은 "대표나 파운더가 팀원들과 다르다는 것을 회사의 정책이나 여러 룰들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하는데,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애초에 룰과 정책으로 만들 차별점이라면 그것은 그냥 특권 의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대표나 파운더들이 팀원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은 회사의 정책과 룰에서가 아니라, 회사의 업무를 얼마나 책임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이들이 회사에 대한 애정과 마음이 각별한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권위로 얻는 존경은 존경이 아니다. 오히려 자발적 존경이 권위를 만든다.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 내 주변 창업가 선배들에게 그렇게 유용한 조언들을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창업과 사업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공식이 포필러스에 적용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해서,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계속 회사를 이끌어나갈 생각이다. 앞으로도 나누고, 함께 누리면서 성장할 것이다. 물론 회사가 성장한다면 그 범주나 방식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은 기조이다.

결국 나 혼자 이룰 수 없기에 창업을 하는 것이다. 내 잘난맛에 할거였다면 창업이 아니라 1인 프리랜서를 했어야 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팀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팀으로 누릴 수 있는 것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잘 했는지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것이 좀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이 부분은 잘 해오고 있고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는 부분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중이다.

2.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는가?

나는 특히 웹3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어제의 친구가 내일의 원수가 되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나 자신을 포함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죽고 못살았던 이들이 이제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이 다반사인 이 업계에서, 오랜 인연을 유지하는 것 만큼 힘든 것은 없다.

포필러스가 이제 만들어진지 2년을 향해 달려간다. 나는 지난 2년간 포필러스를 들어가고 나온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일단은 '그렇다.'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회사에 들어온 모두가 나가지 않는 것이겠지만, 회사와 방향성이 맞지 않거나 성향이 맞지 않거나 우리가 생각했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도 회사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좋은 감정을 가지고 지속적인 교류를 해오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 나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마다 회사를 저주하고 욕한다면, 그것은 이래나 저래나 그 회사의 운영진 잘못이다. 그렇기에 퇴사를 한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챙기려고 했다.

특히 회사의 코파운더였던 모예드의 경우는, 당연히 지금도 우리와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오랜만에 포필러스에 글도 기고해주는 아주 반가운 일이 있었다. 내가 한 가지 자신하는 것은, 나는 우리 회사 초기 멤버들(창업하고 1년간 들어오고 나간 멤버들)과 관계가 틀어지지 않았으며, 지금도 원만하게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그래도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회사를 해오면서 회사의 코어 멤버들과 언쟁도 오가고 때로는 감정적이게 되어서 갈등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포필러스는 지난 1년간 다양한 시도와 실패와 갈등이 있었다. 시련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그게 결과적으로 관계의 와해로 이어지느냐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방법대로 잘 관계를 풀어나갔고, 올 연말도 즐겁게 웃으며 보낼 수 있었다. (제이, 희창, 주웅님께 이 자리를 빌어서 지랄 맞은 제 성격을 받아주시고 소화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 외에도 내가 작년에 고마워했던 친구들, 동료들과 여전히 잘 지낸다. 나랑 동갑내기 친구들인 지훈이, 석현이, 천이는 여전히 나에게 훌륭한 친구이자 조언자가 되어주고 있고 이제는 7년을 알고 지낸 미스텐 랩스의 영인이누나는 업계의 동료이자 또 친구로 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고 있다. AI관련 질문이 있으면 항상 물어볼 수 있는 동생 상욱이(와도 7년이 됐다). 아, 그리고 A41에서 나와 동업자의 관계였던 병헌이에겐 A41때 약속한대로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기로 하였다.

물론 중간중간 내 삶에 들어왔다 나가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오랜 시간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힘들 때 마다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

3.회사가 유의미한 성장을 거두었는가?

뭐, 나는 일단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지난 1년간 포필러스는 팀원도 많이 늘었고, 국내외적인 인지도도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작년은 포필러스가 빛을 본 시기라면(빚 말고..), 올해는 그 빛을 기반으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단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리서치를 하는 것에 대한 부분이고, 우리도 외연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1.5년만에 한국 뿐만 아니라 크립토 업계에서 "요즘 뜨고있는 리서치 회사"하면 포필러스가 떠오른다는 부분이다. 그간 트위터에서 Stacy Murr와 같은 유명인들에게 떠오르는 리서치 회사로 인정도 많이 받고 해서, 그게 굉장히 큰 의미였다.

포필러스의 올해 목표는, 한국 시장 외의 시장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포필러스는 회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영어와 한국어를 같이 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보니, 기존 리서치 회사와는 다르게 한국 밖에서의 존재감을 가져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게 엄청난 정도까진 아니어도, 유의미하게 달성됐다는 의미에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의 시그니처인 메가리포트(Mega Report)는 프로토콜들 사이에서 꽤 유행이었다. 리서치 회사로서 델파이, 메사리가 해주지 않는 것들을 찾다보니 나온 서비스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훨씬 좋아서 매우 뿌듯했다.

내년은 더 큰 무대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도 그러했듯,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그리고 우리 팀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4.개인적인 잔고가 성장하였는가?

불장이니 당연히 '그렇다.'이다. 하지만 나에 대한 오해가, A41도 했고 지금 포필러스 대표도 하고있으니 돈이 많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아쉽게도 나는 내 성격상 내가 정말 부자였다면 나름대로 티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돈이 없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았다. 지난 불장 때 약 루나 20,000개가 있었어서, ATH기준으론 거의 30억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스테이킹을 해놓은 바람에 전부 날리고 이번 사이클에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다. 나 또한 루나 사태의 큰 피해자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내가 리서치를 했고, 내가 선택해서 한 투자이기에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았다.

투자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멘탈리티는 "돈은 언제든지 다시 생긴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따면 내 주변사람 덕, 잃으면 내 탓"마인드가 중요하다. 나에게 트레이딩을 알려줬던 선생님이 나에게 늘 해주신 말씀이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 것."과 "트레이딩으로 번 돈은 다 너의 주변 친구들, 지인들 덕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배풀 것"을 당부하셨다. 해서, 나도 불장일 때 열심히 내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덕을 배풀 생각이다. 지금 어쨌든 내가 불장 때 수익을 본 것도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시장이 좋고, 내 주변에 있는 지인들 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 좀 벌었다고 으스대거나, 수익률을 공유하거나 하는 행위들은 참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과시는 결핍이라는 말이 있듯, 돈을 벌었을 때 과시하면 결국 나중에 다 돌아오게 되어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절대로 부유함을 거만한 방식으로 과시하지 말 것. 나는 과시할만큼의 부도 아니거니와, 그런 부를 손에 거머쥔다고 하더라도 으스대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돈이란 것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니까.

이 시장에 계속 있으면서, 있었다가 없어졌다가 하는 것은 돈이었고. 남는 것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돈이 있을 때 사람에게 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투자일 것.

5.훌륭한 개인이었는가?

사실 이 부분이 잘 모르겠다. 나름 좋게 산다고 살았는데 그게 좋은 삶이었는지. 좋은 한 해 였는지. 나는 우선 솔직했다. 내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솔직한 피드백을 줬고, 포필러스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갑에게도 솔직하게 신랄하게 비판한 적도 있다. 이게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러지 않고서는 입에 가시가 돋는다. 나쁘게 말하면 성격이 지랄맞다. 하지만 "솔직함"이야말로, 내가 나 스스로를 떳떳하게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이다.

연애는 매번 실패다. 내 무뚝뚝한 성격이나, 집돌이 관성이 나를 이성들에게 불친절하게 만든다.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누군가에게 하루를 오롯이 쏟는다는 것이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연애를 아주 오래, 잘 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됐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 지탱하는 것에도 엄청난 에너지와 신경이 들더라. 나는 "회사 탓"을 하긴 했지만, 내 이기적인 천성이 아직 누군가를 사랑하기엔 역부족으로 만드는 거 같더라. 그럼에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나타나겠지 하는 마음이다. 성급하진 않다. 어차피 난 결혼을 무조건 해야한다 주의도 아니기 때문.

그럼에도 내가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생겼다. 바로 내가 임시보호를 하고있는 길고양이 둥이(기둥(Pillar)에서 따왔다).

고양이 임시보호에 꼳혀서 여러 고양이들을 보던 와중에 너무나도 이쁘고 귀여운 친구들이 많았지만, 계속해서 유니(지금은 둥이)에게 눈길이 가더라. 이 친구는 임보장에 옮겨가던 중에 계속 코를 비벼서 코에 피가 나고 털이 다 벗겨졌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선뜻 이 친구를 임보하려고 하지를 않더라. 사실 나도 코에서 피가 나는것이 좀 안쓰럽기도 했지만 더 귀엽고 이쁜 아이들에게 관심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이 친구의 설명글을 봤는데, 거기에 꽂혀버렸다.

성격 및 특징에 있는 "살려는 의지가 강하다." 는 말이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제주도에서 비를 쫄딱 맞으면서 벌벌 떨었으나 항생제도 맞고 버티면서 결국 서울로 올라와서 임보를 받기 위해 저렇게 사진을 찍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의 살려는 의지가 나에게도 큰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이 친구는 내가 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따뜻한 집과, 맛있는 사료와 간식으로 모시고 있다.

최근에 내가 한 모든 소비는 거의 다 둥이를 위한 소비였다. 그리고 지금의 둥이는 아주 잘생긴 수컷냥이가 되었다.

둥이의 최근 모습 공유. 내가 화장실에 가면 항상 나를 지켜주려고 화장실 카페트 앞에 이렇게 누워있는다. 엄청 순하고 착하고 귀엽다. 둥이 덕분에 요즘은 거의 칼퇴근을 하고 있다. 얼른 만지고 싶어서! 이렇게 순한 고양이와 교류하니 나도 정서적으로 참 많은 안정을 얻고 있는듯하다. 결국 둥이가 날 더 사람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고마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올 해는 "함께"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포필러스 팀원들과 함께였고, 나를 좋아해주고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지인들과 함께였고, 내가 임보해주고 있는 고양이 둥이와 함께였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더 큰 성취를 하며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