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는 꿈이 없다

#2: 나는 꿈이 없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또한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블로그 커버는 만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제일 싫어했던 것이 바로 "생활 계획표"를 짜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삶에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행한적은 크게 없다. 물론 내 삶에서 큼지막한 목표들은 있지만(돈을 많이 버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 그 목표들은 굉장히 추상적이고 또 내가 원하는 시점에 이루지 못한다고 하여도 크게 연연하지 않아왔다. 아마 그 성격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 같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서 "나이브하다" 또는 "대책없다." 라고 하실 수 있는데, 맞다. 나는 누구보다도 나이브하고, 딱히 인생에 큰 대책을 세워놓고 살아가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당장에 닥친 일들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살아온 거 같다. 그런데도 그럭저럭 잘 먹고 잘 산다. 인생에 답은 없다. 누군가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나이브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나는 내 삶이 유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삶은 불확실성 투성이다. 내일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는 것이 삶이다. 그리고 그 시간의 범위는 늘어날수록 불확실성도 비례해서 증가한다. 1년후에 나는 뭘 하고 있을까? 10년후의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막말로 1년후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재수없는 말이지만, 또 사실이기도 하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하기 때문에 절대로 내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실제로 미래를 예측해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시장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펀드 매니저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원숭이가 주식 투자를 가지고 경쟁해도 원숭이가 이기기도 한다.

″주식투자, 원숭이도 사람만큼 한다” - 머니투데이
″원숭이가 사람보다 낫다?”주식 투자에 있어서는 원숭이도 사람 못지않은 것 같다. 유럽판 월스트리트 저널(WSJE)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4…

표본이 너무 작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실험을 영국과 한국에서도 한 적이 있고 모두 원숭이/침팬지/어린아이가 전문가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나는 지금 펀드 매니저들을 멍청하다고 손가락질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자 함이다.

불확실성은 양날의 검이다.

인간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보이지 않으면 무섭고, 내가 모르는 사람과 대면할 때는 긴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미래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인간은 통제할 수 있을 때 안심한다. 자신의 영역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자신과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의 계획을 세우고, 구체화하려는데엔 우리가 불확실한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미래가 우리의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우리는 영원의 안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절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몇 번 맞출수야 있겠으나, 비율로 따지면 그것이 얼마나 되겠나. 우리는 마음의 불안함(혼돈)을 가져야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그럼에도 그것이 마냥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기회들도 있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기는 기회들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많던가. 난 사실 내가 철학을 공부하고, 경제학을 공부한 것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 그냥 연구원이나 하면 잘 풀린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지 않나.

구체적인 목표는, 오히려 나 자신을 가둔다.

목표는 말 그대로 우리가 도달해야하는 곳을 의미한다.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곳을 정하면, 우리는 그곳에 도달하기만을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아까도 이야기했듯 우리의 삶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나는 기질적으로 그 목표를 이루지 않는 것이 더 효율적임에도 그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전할 수도 있는 것이고,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없는 경우도 충분히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에 대한 지나친 강박과 집착은, 역으로 삶의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가능성을 억제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스티브 잡스와 같은 타고난 기업인이 "나는 대기업 임원이 되겠다."는 꿈, 또는 "훌륭한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면, 나름대로 해당 목표들을 훌륭하게 수행했을수는 있으나, 지금의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다(물론 스티브 잡스라면 애초에 저런 꿈을 꾸지 않을 위인이기도 하다).

목표가 때로는 나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봐야한다. 목표는 이루면 그 때는 기쁘지만 그 이후엔 공허하다.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내 능력에도 한계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한다. 목표는, 때때로 마음의 울타리가 되어 나의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에 충실하는 것.

난 한결같이 나이브했다.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살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당장 내 앞에 주어진 것들을 누구보다 잘 한다면 불확실한 미래들에서 나오는 기회들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결국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일 뿐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세워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 목표의 일부가 아니다. 그저 블로그에 다양한 글을 담다보면 나중에 도움이 되겠지하는 생각 뿐이다. 여태까지 시도하고 도전해서 안좋았던 것들은 없었던 거 같다.

나는 블로그의 커버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무려 아이패드를 샀다. 누군가의 눈에는 엄청난 돈 낭비라고 보이겠지만, 난 아무런 생각이 없다. 잘 사용하다보면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서 지불한 돈보다 더 큰 효용을 창출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 뿐이다. 생각해보면 내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결정들도 블로그 커버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아이패드를 사는 일처럼 충동적이고 나이브하게 결정해왔던 거 같다.

모르기 때문에 재밌다.

우리가 재밌게 보고있는 드라마와 영화의 결말을 알고서 해당 컨텐츠들을 본다면 정말로 재미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삶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재미있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결말이 정해진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다. 물론, 자기의 삶을 계획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잘못 살고있다"고 손가락질 하려는 것이 아니다. 목표들이 있더라도 항상 새로운 것들에 귀 기울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요즘엔 트로트 노래의 제목으로 더 유명한 "아모르파티"는 사실 니체가 해서 유명한 말이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아모르파티의 뜻은 불확실성에 내 몸을 내던지는 삶을 사랑하라는 의미이다.

니체는 또 이런 말을 했다.

“춤추는 별을 낳기 위해서는 혼돈을 지녀야 한다”

어찌보면 '혼돈'은 계획적이지 않고, 질서도 없지만 결국 새롭고 재미있는 것은 불확실하고 체계적이지 않은 복잡한 무언가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그 속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펼처질 가능성이 높다.마음속에 혼돈을 지니는 사람이 창조적인 일들을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내 꿈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꿈을 물어본다면, 내 꿈은 죽기전에 내 모습일 것이다. 내 삶이 멈추는 곳이 결국 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인 것이다. 즉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는 내 꿈을 알 수 없다. 가까운 시일내에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앞으로 1억년을 살 수도 있다. 내가 죽기 전엔 삼성보다 더 큰 회사를 거느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사업을 말아먹고 독거노인으로 살다가 고독사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화성, 또는 안드로메다 별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외계인과의 전쟁에 참전해서 지구를 지키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직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지금을 열심히 산다. 10년후의 나를 전혀 예측할 수도 없고, 예측할 마음도 없기 때문에 지금이 재미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기 때문에 유연하다. 내 삶은 지금도 언제든 180도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한다면 내가 마지막으로 위치할 곳이 좋을 곳이라는 막연한 가정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카세라세라. 뭐가 되든지 될 것이라는 스페인어다. 이 글도 그냥 쓰면서 "쓰다보면 블로그 글 한 개 정도는 써지겠지"하고 썼다. 그리고 써졌다. 난 이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