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vs 저지, 누가 더 가치있는 선수인가
클래식 매치의 성사, 승자는 MLB
이제 메이저리그 야구는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MLB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할 두 팀은 오타니 쇼헤이의 LA 다저스와 애런 저지의 뉴욕 양키스가 되었다. 이 둘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것은 약 43년 만이라고 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양 팀 모두 양 리그(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이고 포스트시즌에도 꾸준히 올라오는 팀임에도, 정작 월드시리즈에선 43년 만에 만난다는 것이 메이저리그가 얼마나 어려운 리그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어쨌든, 이번 월드시리즈 매치업 덕분에 가장 행복한 것은 MLB 사무국이다. 범지구급 스타 플레이어 두 명이 속한 팀이 메이저리그 마지막 경기를 장식한다는 것, 또 양 리그를 양분했지만 항상 비교되던 두 선수가 마지막으로 격돌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흥행은 보장이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수 없지만, 지금 MLB의 하늘엔 두 개의 태양이 떠 있는 것이 맞다. 만약 이 둘이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각각 그 시대를 전부 씹어먹었을 성적들을 기록하고 있기에 이번 월드시리즈가 역대급으로 기대받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의 성적이 어땠길래 그렇게 호들갑들일까? 한 번 살펴보자.
우선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오타니 쇼헤이의 2024년 성적이다.
오타니의 2024년 시즌은 **"과연 이 괴물이 타자만 했을 때는 어떤 성적을 낼까?"**에 대한 대답을 해 준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내셔널 리그에서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OPS, WAR, wRC+에서 1위를 했고, 메이저리그 최초의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여 여태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던 또 하나의 업적을 달성했다.
이로써 오타니가 MLB에 입성해서 달성한 최초의 기록들은 아래와 같다:
- MLB 올스타 최초 투수, 타자 동시 선발.
- 단일시즌 100 탈삼진 기록 투수의 최다 홈런
- 단일시즌 최초 쿼트러플 100 달성.
- MLB 최초 15승-30홈런 및 규정 이닝/규정 타석 동시 달성.
- MLB 최초 10승 - 40홈런 달성
- MLB 최소 경기 40홈런 40도루 달성.
- MLB 최초 50홈런 50도루 달성.
- MLB 최초 2회 만장일치 MVP
- MLB 최초 지명타자 MVP(예정이지만 거의 확정)
오타니는 120년을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역사에서, 단 6년 만에 무려 9개나 넘는 최초의 기록들을 써내려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은 괴물들의 리그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오타니가 어떤 인간인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대목.
그다음은 역대급 타자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애런 저지의 올해 성적이다.
2022년, 청정 타자(스테로이드를 복용하지 않은 타자) 최초의 60홈런 기록을 달성한 괴물 타자인 애런 저지는 홈런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그 전설적인 2022년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달성했다. 특히, 홈런, 타점, 볼넷, 출루율, OPS, WAR, wRC+에서 전부 오타니를 압도하며 타자로는 그 괴물 오타니조차 넘을 수 없는 한 단계 다른 차원의 성적을 보여줬다.
이게 정말 말이 안 되는 게, 오타니의 2024년 성적도 이미 인간계를 아득히 넘어선 신급의 성적이다. 특히 50-50이라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달성한 오타니를 타격 관련 세부 지표 전부에서 압도한다는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된다.
단일 선수가 팀의 승리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인 WAR을 기준으로 살펴볼까. 당연히 저지의 WAR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고,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MLB의 신으로 군림하며 선수들을 학살하고 다닌 2003년의 배리 본즈(스테로이드를 한)"**를 추월한 성적이다. 참고로 리그 MVP급 WAR은 6~8 정도이다. 그런데 저지는 11.2.
타자의 조정 득점 생산력을 볼 수 있는 wRC+를 기준으로 보면, 애런 저지는 218인데.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이냐면, wRC+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지표로 100이면 리그 평균, 150이면 올스타급, 170 이상이면 MVP급(실제로 오타니가 2024시즌 wRC+가 181)이라고 평가한다. wRC+ 100이 메이저리그 평균인데 저지는 218이면 수치적으로 저지는 메이저리그 평균 타자 2.18배분을 혼자서 해낸 것이다. 즉 애런 저지를 보유한 뉴욕 양키스는 9명의 타자가 경기를 하는 야구에서, 자기네들만 10명의 선수를 데리고 야구를 한 것과 같다.
다시 한번 역사를 봐볼까? wRC+ 기준으로 애런 저지를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전설의 베이브 루스, 테드 윌리엄스뿐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뭘까?
선수의 생산성 측면에서 봤을 땐, 2024년에 최고의 선수는 애런저지가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MVP는 Most Valuable Player의 약자인데, 선수로서의 생산성이 반드시 선수로서의 가치로 직결되느냐? 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아니다. 선수로서의 생산성은 선수로서의 가치에 아주 큰 영향을 주지만, 선수의 가치가 단순히 생산성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수가 가치있는 존재가 되려면, 말 그대로 그가 창출하는 가치들의 커야한다. 가치들은 무엇으로 산정할 수 있을까? 나의 기준에서는 1) 해당 선수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인가 2) 해당 선수가 구단에 가져오는 가치가 얼마인가 3) 해당 선수가 얼마나 사회적인 인지도가 높은가 정도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기준에서 한번 봐보자.
1) 오타니는 현재 MLB 뿐만 아니라 북미 스포츠 역사상 최고 계약금을 받은 선수다. (애런 저지는 3억 6천만 달러, 오타니는 6억8천만 달러의 계약으로 약 2배이다)
2) 오타니의 유니폼은 2024년 기준 MLB 저지 중에 가장 많이 팔린 유니폼이다. (애런 저지의 유니폼은 3위)
출처: MLB.com
3) 오타니 쇼헤이는 MLB 선수들 중에서 SNS 팔로워가 가장 많은 선수이다(오타니 832만, 애런 저지 187.5만)
4)스폰서십 등, 스포츠 외적으로 창출하는 가치가 제일 높은 MLB 선수 역시 오타니 쇼헤이다(애런 저지는 4등. 심지어 이 그래프는 오타니가 연봉 지급을 10년 늦췄는데도 불구하고 MLB에 있는 모든 선수들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만약 오타니가 연봉 지급 유예가 아니라, 6억 달러를 전부 받는다고 한다면 오타니의 수입은 혼자서 다른 세상에 가 있는 정도).
5) 오타니의 50홈런 50도루의 50홈런볼은 약 4백4십만 달러, 한화로 약 61억원에 낙찰되었으며(이는 역대 스포츠를 통들어 가장 비싼 공이 되었다), 애런 저지가 62호 홈런을 쳤던 홈런볼의 가격인 150만 달러를 2배 이상 뛰어넘는 가격이다.
6) 오타니는 국가대표로 WBC에 우승한 경력이 있고, 애런저지는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력이 없다.
7) 오타니는 "역사상 최초의 기록"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반면, 애런 저지는 역사상 최초의 기록은 거의 없다(62개의 홈런으로 약물 선수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 단일시즌 역대 최다 홈런기록을 제외한다면)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애런 저지는 현재 MLB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고 오타니는 현재 MLB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다. 해서 만약 MLB 전체 MVP를 뽑아야 한다면, 그건 만장일치로 오타니 쇼헤이여야만 한다.
끝